나는 내 자신에게 실망해온적이 상당히 많았다. 학업적으로도 사회적으로도 무엇인가 뛰어난 부분들이 없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저 그런 인생을 살아감을 알면서도 아직 학생이라는 부분에 있어서도 무엇인가 핑계될 거리들은 내 주위를 감싸돌았다. 오늘처럼. 그리고 6년 전의 고등학생이던 나 처럼.

나는 내 자신이 언제나 무엇인가 하나에 엄청 특출나고 소위 말하는 재능의 영역이 존재하는 분야가 하나라도 있을 것 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아직 찾지 못한 것 같고 재능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나, 결론적으로 재능만으로는 그 분야의 최고가 될 수 없다는 것이다.

무엇을 하던 최고의 자리에 오르기까지는 필수적이고 근본적인 노력이 동반되어야 하며 그 노력을 이끌어 나가는 부분에서 성과와 나태함은 각각 약과 병이 되어간다고 생각한다.

무엇인가 안되거나 막힐 때 또는 남들이 나보다 훨씬 우월한 위치에 있을 때 변명거리는 생기기 마련이다. 나의 지속적인 노력에 대한 성과가 나오지 않는 상태에 있어서는 나는 처음엔 환경을 탓했다. 조금 더 좋은 문제집이나 인강 또는 학원등에서 나에 대한 관심이 부족하다는 생각과 나에게 맞는 더 나은 환경을 지속적으로 구축하고자 하는 욕심이 있었고 오르지 않는 성적이나 실력에 대한 배반감이 들었던 때가 많았던 것 같다.

하지만, 근본적인 노력은 결국 나를 통해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을 깊게 깨닫지 못하고 나는 나를 의심하는 것에 있어 꽤 많은 시간이 걸렸다.

고등학교 1학년 때, 난 처음으로 ADHD에 대한 간이 검사를 받았던 것 같다.

결과는 충격적이었다. 내가 ADHD 위험군이라는 판정을 받게되었다. 잘 기억은 나지 않지만 약 100개정도의 문항에 답을 하는 정도였고 정말 솔직하게 답했고 별다른 기대도 하지 않았던 부분이라 그냥저냥 넘겼는데 너무나 충격적이었다. 그 동안 내가 남들보다 빨리 나아가지 못했다는 것에 대한 확실한 변명거리가 생긴 기분이었고 무엇인가 잘 안되고 빨리빨리 해결이 나지 않거나 집중이 흐트러질 때 난 ADHD에 대한 생각을 떨칠 수 없었다.

고등학교 1학년 방학이 시작되고 난 우리 동네 근처 강동 경희대 병원에서 제대로 된 ADHD 검사를 진행하려 했었으나 비용이 문제였다. 그 당시는 지금처럼 여유롭지 못했고 부모님께 짐이 되는 느낌과 ADHD 검사 문항지를 받기 전 진행한 약 15분 동안 30만원이 넘게 깨진 상담료 그리고 내가 그냥 시간과 노력을 제대로 들이지 않았던 것에 대한 아주 빠른 자아성찰이 진행된 뒤 검사를 포기했다. 결론적으로 그 이후는 상당히 편했다. 지금까지는 나름 잘 해왔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이런 저런 큰일들이 지나가고 대학에 입학을 했다. 대학을 입학한 뒤 1학년 1학기에 받아본 결과물은 전공 차석. 상당히 어이가 없었다. 학교에서 과제도 대충 해가고 거의 맨날 당구를 쳤던 것 같은데 학점이 이렇게 쉽게 나오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내 주위에 먼저 대학을 간 친구들은 대부분 학점따기가 힘들다며 징징거렸던 것이 떠올랐다. 기분은 좋았으나 이게 전문대의 현실인가 하는 허망함도 들었다.

내가 지금 하고자 하는 일은 프로그래머인데 이 직업은 평생을 공부해도 끝이라는게 없는 직업이다. 물론 끝이 있는 직업이 얼마나 있겠냐만은 프로그래머는 계속 혁신과 발전이 이뤄지는 필드의 트렌드를 모두 파악하고 배워두지 않으면 아주 빠르게 도태된다. 물론 근본적인 언어의 패러다임은 그닥 변하지 않았지만 여러 프레임 워크들 그리고 기술적 트렌드는 아주 빨리 변해왔다.

이러한 현실에서 지속적인 공부는 필수불가결의 요소이다. 하지만 내겐 가장 어려운게 무언가에 집중하는 것이었다. 작업 능률이 안 오르거나 다시 생각해보면 쉬운 일들을 몇일을 고민해 결론을 내지도 못하고, 대부분의 시간을 딴짓거리를 하며 소진할 때, 나는 계속 마음 한켠에 ADHD라는 판도라의 상자를 담고 있었다. 그리고 최근 열고 싶었지만 열지 못했던 그 상자를 다시 열어보려 했다.

누군가는 내가 일하기 싫고 놀고만 싶은 것을 변명하거나, 모두 다 그정도의 산만함과 집중력의 흐트러짐 정도는 있다고 했겠지만, 난 그 정도가 남들에 비해 많이 심했던 것 같다. 그리고 학업과 미래를 생각하면 너무나 암울하고 두렵고 우울했다.

내가 선천적이거나 후천적인 병 때문에 공부가 이렇게 힘들다고 생각하면 노력으로 극복할 수 없는 무언가를 만드는게 내게 아닌 ADHD 때문이라는 마음을 갖게 되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난 정말 진심으로 성공하고싶다. 정말 잘하는 프로그래머가 되고싶고, 직업적으로 인정받고 싶었다.

나는 다시 병원을 찾았다. 처음엔 강동 경희대 병원을 예약하려 했으나 더 이상 그 병원은 갈 수 없었다. 지금 보니 소아 ADHD만을 검사한다고 하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아산 병원을 찾아가기로 했고 상담사분께서 동네 정신과에서 진료 의뢰서를 가져오라고 했었다. 그래서 찾아보던중 하남에 꽤 가까운 병원이 있었고 찾아가서 진료를 보았다.

의사는 내게 이런 저런 질문을 했고 대부분 살아온 삶에 대해 내자신에대한 문제를 본인 스스로 이야기 하게 하는 부분들이었다. 약 10~20분 정도 이야기 했던 것 같은데 내 이야기만 하다보니 아주 빠르게 흘러갔던 것 같다.

의사 선생님은 모든 이야기를 듣고 난 후 나에게 이렇게 말했다.

제가 보기엔 ADHD는 아닌 것 같고, 성취욕이 너무 강하신 것 같아서 그 욕심을 채우지 못한 것에 대한 우울함 또는 변명을 삼기 위해 찾아오신 것 같아요.

틀린말은 아닌 것 같지만 너무 짧은 시간이라고 생각되는 질문과 답변속에 내 인생을 통째로 볼 수도 없는데 저렇게 빠른 답변이 나올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과 불신이 생겼다. 의사는 내게 항 우울제를 처방받거나 하는 부분에 있어 도움을 줄 수는 있겠지만 과연 그게 당신에게 필요할까요? 라는 말을 하지만 여전히 무엇인가 찜찜하고 또 항 우울제라는 말을 듣자마자 무엇인가 갑자기 가슴이 무거워졌다.

난 내가 정신적으로 아주 건강한 사람이라고 생각해왔기 때문에 약에 의존하는 내 모습을 상상하기 어려웠고 그래왔던 적이 없기 때문이다.

결국 검사를 한 번 받아보고 싶다는 의지를 내보인 후 의사는 “그래요, 본인이 원하신다면.” 이라는 말을 했다. 난 의사들과 나누는 잠깐의 대화보다는 결과가 누적되어온 검사가 더 신빙성이 있다고 믿었기 떄문이다.

몇일 뒤 아산병원에 찾아가 또 면담을 했다. 처음엔 어시스턴트 정도 되는 의사분께서 먼저진행했던 의사와같이 학창시절이나 학업적인 성취 또는 성격에 대한 질문들을 했고 이번엔 좀 다르다는 것을 느꼈다. 질문들이 꽤 구체적이고 이전보다 많은 양에 대해 대답했기 때문이다.

답변을 끝내고 다시 대기실에 앉았다. 곧 내 이름이 불리고 정신과 교수를 만나게 되었다. 그 분과 나눈 대화가 결정적이었던 것 같다.

나는 그 교수가 맨 처음 만난 어시스턴스 교수가 정리한 내 문답을 읽는 시간동안 방을 둘러보았다. 얼마 지나지 않아 그 교수는 나를 1분 정도 응시했고 나도 그 교수를 바라봤다. 그리고 교수는 처음 만나는 사람에게 건내는 형식적인 인사 이후로 아무말도 하지 않다가 입을 열었다.

본인이 ADHD가 있다고 생각한 결정적인 계기가 무엇이냐, ADHD들은 지금같은 모습으로는 전혀 아닌 것 같다. 그저 집중력이 잘 흐트러지는 것이 모두 ADHD로 귀결되는 것은 아니다. 그래도 꼭 검사를 받아야 겠는가?

2명의 전문의가 당신을 관찰한 결과 ADHD는 아니라고 했다 정녕 검사를 받겠는가? 당신에게는 돈을 버리는 짓일지도 모른다.

정도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이전에 말했듯 나는 ADHD는 저렇게 잠깐의 대화가 아닌 검사로만 확실한 결과를 얻을 수 있다고 생각했기에 검사를 받고싶다고 말했고 그 교수는 내가 검사받는 당일인 오늘 새벽을 지새우게 만든 대답을 해주었다.

좋다. 검사를 받는 것으로 해드리겠다. 하지만 다시 생각해 보길 바란다.

당신이 만약 ADHD 판정을 받았다고 해보자. 그럼 얻는 것은 무엇인가.

분명 약을 먹으면 지금보다 조금은 나아질 수 있다. 하지만 언제까지 약을 먹을지 그리고 본인이 무언가 안될때 지금처럼 ADHD라는 의심보다 확신을 갖고 모든 것을 대한다면 아마 지금보다 훨씬 불행해질 것이다.

때로는 아는 것보다 모르고 있는 것이 낫다. 절때 잊지말길 바란다.

뭐 그 당시엔 ADHD 판정을 받게되면 얻게되는 약에도 흥미가 있었기도 했고, 그닥 깊게 새겨듣지 않았던 것 같다. 하지만 검사를 받기로한 1월 22일 오늘은 왠지 모르게 그 말들이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고 잠을 설치게 만들었다.

사실 나도 내가 ADHD 판정이 안나올 것 같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막상 검사를 받게되어 내가 생각하던 진실만을 답해줄 것 같은 검사가 나에게 병이 있다는 딱지를 붙이게 된다면 그 이후의 인생은 어떻게 될 것인가 하는 공포와 불안함이 나를 감쌌다.

결론적으로는 검사에서 ADHD가 맞다 라고 말한다면 난 내 자신을 버틸 자신이 없었다. 오히려 그 순간부터 교수들의 말을 더 믿었을 것 같았다. 평생 미약한 각성제같은 약을 먹으며 내가 하는 모든 것이 느리게 진행되거나 안될 때, 가장 자주 일어날 집중이 안될 때 모두 약을 먹거나 ADHD를 탓하며 내 자신에 대한 성찰은 없이 그저 입에 하나의 약을 털어넣으며 평생 핑계를 댈 것 같았다.

그래서 나는 오늘 밤을 새웠다. 그리고 아침 7시에 같이 병원에 가기 위해 일어나신 어머니께 검사를 받지 않겠다고 말했다. 마음이 한결 편해지고 긴장이 풀려서 그런지 잠이 오는 것 같다.

분명 또 나는 나를 의심하게 될 것이다. 안 풀리는 일도 있을 것이고, 힘들 때가 있고 실패할 때가 있을 것이다. 집중이 잘 안될 때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난 나를 믿고싶다. 잘 풀리는 날도 있을 것이고, 행복한 때가 더 많을 것이고, 성공을 향해 더욱 빠르게 다가갈 것이라는 믿음들이다.

나는 결국 내 ADHD라는 나의 판도라를 열지 못했다. 아니, 열지 않았다.

그저 평범한 노력을 남들보다 기울이지 않는 사람이 되었다. 크고 작은 문제들이 해결되지 않고 어려울 때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내 힘으로 내 스스로 극복해 나가고 싶다.

하지만 과연 이게 과연 내 의지를 탓할 수 있는 것일지 여전히 모르겠다.

언젠간 열어볼 나의 판도라를 위해, 그리고 또 흔들릴 때면 이 글을 보고 다시 한 번 생각을 바로잡아보기 위해 2019/01/22 작성한다.